다이아나 홀든은 홀든 가문의 장녀이며, 냉정하고 성실하며 부모님과 어른의 말씀에 순종하는 유일한 자식이었다. 사내아이이나 부모를 거역하다 못해 집을 나가버리기까지 한 둘째와 셋째 대신 그녀가 가문을 잇기로 내정된 것은 그러한 성품 탓이 컸다. 그러던 그녀의 첫 반항은 가문을 뒤흔들 만큼 무지막지했다. 다이아나의 나이 스물 아홉. 적절한 혼처를 찾다 지친 가문의 어른들은 다이아나가 혼인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마음을 놓고 다이아나의 뒤를 이을 후계는 벨져, 혹은 이글의 아이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지 오래였다. 그러던 그녀가 영국 안개의 도시에서 느닷없이 돌아와 결혼상대를 소개했다. 나이는 겨우 스물한살. 유럽도 아닌 저 먼 캐나다 출신에 혈통도 무엇도 없는 평범한 청년의 등장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가문의 어른들이 거품을 물며 다이아나를 다그쳤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토마스는 강퍅한 인상의 노집사에게 맡겨졌다. 그 역시 토마스를 환영하지 않는 눈치였다. 칼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과 어울린 탓인지 노집사의 시선은 여느 칼날보다 예리하고 서늘했다.
‘다이아나씨, 역시 이건 너무 거친 방법같아요…….’
토마스는 편지로 먼저 상황을 설명한 뒤 오스트리아로 오자는 의견을 꺼냈다. 귀족들의 혈통주의는 그들의 생리에 대해 책에서 읽거나 들은 것이 고작인 토마스일지라도 고집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가문을 이어받을 장녀가 노동계급-토마스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내쉬었다-의 아들과 결혼하고자 한다니, 데릴사위라고 하더라도 탐탁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러니 더더욱 어른들게 생각할 시간을 드려야 했던 것은 아닐까. 다이아나는 고려해보겠다 이야기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아무런 귀띔 없이 무작정 들이닥친 눈치였다. 이런 면에서는 벨져씨나 이글 형이 겹쳐 보인다. 역시 남매사이란 이런걸까. 토마스는 일부러 잡생각에 집중하며 찻잔을 기울였다. 차는 향기로웠지만 도저히 그 향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토마스는 노집사의 시선이 의미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경멸과 혐오가 두드러진 눈빛은 너는 다이아나 홀든에게 어울리지 않는 잡놈이라 외치고 있었다. 토마스는 씁쓸하게 치미는 억울함을 찻물과 함께 삼켰다. 여기서 화를 내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토마스는 일단 다이아나를 기다리기로 했다. 노려보는 이와 외면하는 이 사이에 괴괴한 침묵이 차오르던 그 때, 다이아나가 문을 열었다. 토마스는 이미 그녀의 애도가 칼집에서 뽑혀나와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녀는 날붙이의 의미와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전투시가 아닌 이상 검을 손질하거나 검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검을 뽑지 않는다. 예외조항이 있다면 그녀의 동생들이 정도이상으로 그녀의 속을 긁었을 경우. 다이아나가 자제심을 잃는 극히 드문 경우를 몇 번 목격했던 토마스는 지금이 바로 그 상황임을 직감했다.
“네놈도 마찬가지인가.”
“아가씨. 이 자는…….”
“시끄럽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혀는 필요 없겠지.”
다이아나는 저벅저벅 걸어오며 검 손잡이를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토마스는 그녀가 팔을 당기기 직전 손을 휘둘렀다. 견고한 얼음이 노집사의 주위로 둥글게 솟아났다. 카가각-!! 어찌나 힘을 담아 휘둘렀는지 묵직한 얼음기둥이 맥없이 부서졌다. 토마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의 일격을 한번이라도 막아낸 것 만으로도 장벽은 소임을 다했다. 토마스는 장벽이 무너지는 틈에 노집사와 다이아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비켜라.”
“다이아나, 안돼요!”
“백부님께서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반대하신다더군. 이 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죽여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절대 아니에요!!”
토마스는 기절할 듯 놀라 다이아나의 검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검날은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고 깨끗했다.
집안의 반대를 다 깨부수고 결혼을 강행하는 다이아나가 보고싶다...... 이글이랑 벨져도 기겁해서 걔랑 결혼한다고??? 하고 쳐들어오자마자 목에 칼날을 들이밀어서 그래서 불만이라도 있냐고 북풍한설처럼 몰아붙이는 다이아나.........토마스도 교양공부 열씨미 노력해서 다이아나한테 어울리는 남자로 인정받았음 좋겠다....... 글구 귀족들 사이에서는 드문 다정한 남편이 되어서 뭇 영애들의 심장을 뒤흔드는 것............. 토마스한테 다른 귀족들이 시비걸면 다이아나가 남편의 명예는 나의 명예라고 결투신청해서 다 개발살냈음 좋겠다....... 다이아나가 피곤할 때 매번 안고 부둥부둥해주는 차칸 연하남편...... 우리 남편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싶은 다이아나.....토마스가 다이아나 머리도 빗겨주면서 꽁냥꽁냥해라.....
다이아나가 출산하고 몸조리 할때부터 애는 토마스가 더 많이 돌봤음 좋겠다....젖먹이고 하는건 유모가 붙겠지만 기저귀 갈아주고 잠투정 받아주고 그러는건 토마스가 전부 해라(소근소근) 토마스가 애기 돌보다가 공주님, 엄마보러 갈까요? 하고 안고 외출준비해도 좋아....... 다이아나 잠깐 짬날 때 만나러가서 애기 잘 놀고있는거도 보여주고...... 약간 그, 임신은 튼튼한 내가 한다, 느낌이 들긴 하지만 패스..... 행복하게 살아라.......(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