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터디로 쓰던건데 ㅠㅠㅠㅠㅠㅠ 실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스터디용은 다시 쓰고 이건 티슷에 업뎃!
+ 연반하티!
티엔은 눈을 떴다. 온 사방이 안개로 뒤덮여 흐리고 텁텁한 냄새가 감돌았다. 이상하군. 티엔은 손발을 내려다보고 옷매무새를 살피며 생각했다. 분명 자신은 죽었을 터였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티엔이 들어온 저승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렁이는 안개너머로 나무그림자가 얼비치고 발치에는 길이 보였다.
길이 보이면?
“걸어갔지.”
티엔은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멀어지고 가까워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
안개 너머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티엔은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벌써 몇 번째의 사람그림자였고, 방금 전에 나타난 그림자와는 달리 좀 더 왜소하고 뼈대가 가늘게 비쳤다. 아마도 여성. 그림자는 마치 달이라도 되는 것처럼 티엔과 반대편을 바라보면서도 그의 걸음걸이에 맞춰 따라붙었다. 그러다가 주의를 늦춘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이젠 익숙했다. 티엔은 처음으로 보았던 그림자는 완연한 남성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으면서도, 티엔은 그림자 너머의 상대가 혈육임을 직감했다. 당장이라도 길에서 벗어날 뻔 한 티엔의 발목을 잡은 것은 스물아홉 평생 천성처럼 갈고닦은 인내심이었다. 그 사이에 그림자는 모습을 감췄다. 티엔은 영문모를 상실감에 시달리며 그림자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금 걸음을 옮긴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처음은 어려웠으나 두 번째부터는 쉬웠다. 티엔은 스승의 그림자, 어머니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그림자들이 죽은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티엔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내려앉았다. 그림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이어지다가 그림자의 정체를 깨달은 뒤부터는 마음이 놓였다. 저승에 발을 디딘 뒤부터 티엔은 좀처럼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안개 속을 걸을수록 속내를 억누르던 껍데기가 벗겨져나가고 있었다.
티엔은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행여나 그림자를 놓쳤을까봐 뒤를 돌아보기까지 했으며, 참지 못하고 달려나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안개도, 길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티엔은 마음을 다잡기위해 애썼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뒤편에 있었고, 자신이 이렇게 저승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곳을 걷고 있으니…….
티엔은 그 자리에 멈춰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부상하나 없는 몸이나마 손은 차갑지 않았다. 티엔은 철이 든 이후로 처음으로 울고싶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티엔은 작아져있었다. 책을 읽고 바위를 부숴 기뻐했던 그 시절로. 작은 아이가 웅크려 앉아 울었다.
바로 그 때, 티엔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티엔은 깜짝 놀라 눈물 젖은 얼굴을 들었다. 젖살이 덜 가신 뺨이 눈물로 얼룩져있었다. 아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달려갔다. 아이는 소년이, 청년이 되었다. 어느새 티엔은 하늘 끝에 닿을 듯 높이 솟아있는 사다리 앞에 섰다. 이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티엔은 망설였다. 그러나 또 한 번,
목소리가 들렸다.
티엔은 사다리를 움켜쥐었다.
*
좀먹듯이 천천히, 그리고 새카맣게 타들어가던 부적이 순식간에 새빨간 불길에 휩싸였다. 하랑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이 거두어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하여튼, 걱정만 시키는 제자놈이라니까.”
하랑은 천천히 핏기가 돌아오기 시작한 제자의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더니 머리를 헝클어뜨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