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토마] 모든 개는 천국에 간다 -10-
+ 능력반전 설정 다톰(토마스 : 근력강화능력자, 근캐 / 다이무스 : 빙결능력자, 원캐)
+ 업뎃 주기가 엉망이야 흑흑 ㅠㅠㅠㅠㅠㅠㅠ거기다가 고칠 부분도 산더미야 퇴고 어쩌지ㅠㅠㅠㅠㅠㅠ는 일단 쓰고싶은대로 즐겁게 쓰쟈 *ㅇㅅㅇ)9
“다이무스씨. 안타리우스가 누구예요?”
소파에 누워 한참동안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던 토마스가 물었다. 소파의 팔걸이에 날갯죽지와 뒷덜미를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혀 바라보는 태도는 책잡히기 충분한 것이었지만 다이무스는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문득 다이무스는 토마스에게 그들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바람직한 자들은 아니다. 더욱 강한 힘을 원하는 사이퍼들을 꼬드겨서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대신 그들을 꼭두각시로 써먹지.”
토마스는 알쏭달쏭 이해가 가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러는데요?”
“그건 알 수 없다. 사실 안타리우스라는 호칭조차 정확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상대이고, 다른 사이퍼들에게 결코 이로운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뿐이다.”
사이퍼를 잡아다가 인체실험까지 하는 족속들이다. 다이무스는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쌓여온 안타리우스에 대한 감정적 앙금을 무심코 토해냈다.
“그들에게 끌려갔다는 자들도 대다수가 힘을 원해서 제발로 기어들어간 인간들이다. 그러니 함부로 동정하지 말도록.”
다이무스로서는 드물게 감정적인 평가였다. 토마스는 납득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고민 해 볼 생각인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
2차 능력자전쟁 이후 2년. 서로를 화해할 수 없는 적으로 규정짓고 두 번의 전쟁을 벌인 지하연합과 헬리오스는 안타리우스의 토벌에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2차 능력자전쟁에서야 간신히 꼬리를 잡아낸 안타리우스의 위험성은 조사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2년은 서로에 대한 적의를 완전히 씻어내기에는 모자란 시간이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한 적의 출현은 두 단체를 손잡도록 만들기 충분했다. 안타리우스 토벌전에 참가할 인원은 스카우터들의 회의 끝에 정해졌다. 그들 중에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요기 라즈는 문득 얼마 전 안개도시에 입성한 소년을 떠올리고 헬리오스에 전언을 보냈다. 참가인원은 거의 확정 된 상태였지만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더욱 조건이 좋은 인원이 나타났다면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했다. 이러한 이유로 요기 라즈는 소문의 보디가드 소년과 마주하게 되었다.
요기 라즈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토마스에게 말을 걸고 긴장감과 낯섦을 무너뜨렸다. 좋아하는 음식, 고향 자랑, 포트레너드에 대한 첫인상. 토마스는 요기 라즈가 유도하는 대로 재잘재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소년의 프로필과 전적-을 빙자한 활약상-이 담긴 서류를 읽으며 풍문으로 들려오던 무용담을 곱씹던 요기 라즈는 토마스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사람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토마스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토마스는 잘못 들은 것일까 생각했지만 요기 라즈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토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토마스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귀까지 홧홧하게 열이 오르며 울컥 화가 치밀었다. 요기 라즈의 방식은 대화를 단절시키는 가장 끔찍한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세요?”
참관자의 자격으로 묵묵히 토마스의 곁에 앉아있던 다이무스는 깜짝 놀라 토마스를 돌아보았다.
“사이퍼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요? 아니잖아요! 사람을 죽이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요. 죽은 사람은 다시는 만날 수 없다구요!”
그대로 있다가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깨뜨릴 것 같았다. 토마스는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손이 덜덜 떨렸다.
“장례식에 가본 적 없으세요? 다 울어요!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걸 아니까! 그런데 사람을 죽여요? 그래놓고 나중에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실건데요? 어차피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상관없다구요? 그럼 죽은 사람의 친구나 가족이 찾아와서 그 사람이 보고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실건데요?”
어느새 토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쏘아붙이고 있었다. 다이무스는 토마스를 다시금 앉히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다이무스는 토마스를 밖으로 내보냈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 다이무스를 향해 요기 라즈는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어보였다.
“원래 생각해두었던 인원대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요기 라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다이무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십대의 도덕적 결벽성은 대단하지요. 위로처럼 건네진 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토마스를 향한 은근한 비웃음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대놓고 지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이무스는 거듭 한숨을 쉬고 양해를 구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는 텅 비어있었다. 잠시 당황했던 다이무스는 어휴, 하는 익숙한 목소리에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토마스는 헬리오스의 정원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놓았던 정원은 토마스의 주변만 발자국 모양대로 푹푹 패여있었다. 발을 쾅쾅 구르며 혼자 분통을 터뜨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나 화가 나는 와중에도 부서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할 정도의 이성이 남아있다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다른 소속의 사람들에게 오늘처럼 무례하게 구는 것은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다이무스는 꾸지람을 해야 할지 달래줘야 할지 고민하며 정원으로 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형실 끊기 작전에 토마스를 데려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토마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다이무스는 문장을 고르고 또 골랐다. 그러나 다이무스가 정원으로 나와 웅크린 토마스를 발견할 때 까지 마땅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다이무스는 고백을 미루었다. 굳이 다이무스를 변호하자면 그의 머릿속에는 상심한 토마스가 왈칵 울어버리는 이미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음을 대신 고백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