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토마] 이종족 토마스에 인간 다무로 현대판타지 짧게
+ 생각난 김에 짧게
인간 외의 지성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 그러한 존재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인류는 크나큰 충격에 빠졌으나 그대로 허우적 거릴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성체들은 한두 종이 아니었으며 그들은 그동안 인류에 대해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음을 피력했다. 인류는 그들과 손을 잡았다. 나 아닌 생명체는 모두 적 혹은 사냥감으로 여기며 가장 발달된 무기를 겨누었던 인류가 진보했음을 보여주는 그보다 큰 상징은 없을 것이다. 손을 잡은 그들은 많은 분야에서 교류했다. 철학과 예술 역시 현기증나는 속도로 발전했지만 무엇보다 눈부신 발전을 보인 것은 바로 과학 분야 일체였다. 모두가 상대방과 더욱 큰 우정을 쌓고 더욱 많은 교류를 원한다는 사실이 자명해지자 사리에 밝은 몇몇 기업이 앞장서서 기술교류를 제시했다. 다이무스가 홈스테이를 받게 된 것 역시 이때문이었다.
바닥재에 매몰되어있던 발판이 기이한 울림을 울며 모습을 드러냈다. 연하게 맺히던 빛무리는 이내 눈이 부시도록 새파란 빛으로 바뀌고 다섯명이 마법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고유의 기술을 기계의 힘을 빌려 재현해낸 것 뿐이었으니까. 이번 교류 상대는 다행히 외형만으로는 인간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최연장자로 보이는 상대가 가장 선두에 서서 나무랄데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들의 예의도 인간들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 것이다. 회사 대표와 그들의 대표가 서로 손을 맞잡고 적절하게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다이무스는 묵묵히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호명되는 소리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것 참 믿음직하게 생긴 분이군!"
너털웃음을 웃는 대표자의 동공은 세로로 날렵하게 가늘었다. 미리 주의사항을 전해들었던 다이무스는 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칭찬을 받아들였다. 대표자의 손짓에 무리의 가장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앳된 얼굴에 새파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귀도 바꿀줄 모를 만큼 어리지만 그래도 우리 쪽에서는 나름 귀한 인재라네."
대표자는 다이무스가 내색하지 않았던 의문점을 직접 거론했다. 청년은 푸른 머리카락과 세로동공보다 이질적인 형태의 귀가 더욱 눈에 띄였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의로 외형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교류차원에서 인간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자들은 모두 동공만 제외하고 흠잡을 데 없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니 이번에 다이무스의 집에서 머물 자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방문자들 중 가장 어린 상대일 것이다. 첫 홈스테이인 것 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어리기까지 하다니, 할 수만 있다면 해외 출장이 있다며 일을 떠넘긴 상사의 멱살을 잡고 싶을 지경이었다.
"몇 살이길래 어리다고 하십니까?"
기업측 대표가 허허 웃으며 말문을 텄다. 청년은 활짝 웃으면서 충격적인 숫자를 말했다. 인간의 다섯 세대가 흐를 시간이 이종족에게는 아직 귀의 형태를 바꿀 능력을 익히지 못할 정도의 짧은 시간이 되었다. 말 한마디로 만남의 장을 석화시킨 청년은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말을 이었다.
"사람 나이로는 스물 한살이에요."
스물 한 살. 다이무스는 스물 한살 때의 두 동생을 떠올렸다. 편두통이 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청년은 인류식 이름까지 따로 만들어 왔다. 그들은 진짜 이름을 가장 가까운 친구 혹은 친지들에게만 알리고 일평생 이름을 가리기 위한 가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또다른 이름을 만드는 것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용하는 이름이라는 것이 인간의 성대로는 발음하기 까다로운 것이라 이렇게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만들어 오는것이 예의처럼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지은 이름이라며 소개를 하는 청년의 얼굴에는 설렘의 흔적이 뚜렷했다. 긴 세월을 산다면 성장 속도도 그에 맞춰지는 것인지 헤아리기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낸 청년의 태도는 스물 한 살 남짓 다른 청년들의 태도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토마스 스티븐슨. 정석적인 영어권 이름이며 발음하기 또한 편리하다. 다이무스는 익숙하게 청년의 이름을 불러 손짓하곤 실외로 향했다. 아직 점심을 먹기도 전이지만 오늘 직장 내에서 해결해야하는 다이무스의 업무는 청년을 인계받은 시점에서 끝이 났다. 다이무스는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오는 토마스에게 유리문을 열어주곤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이무스는 우산을 감싸고 있던 비닐백을 벗기고 우산을 펼쳤다. 그가 사용하는 우산은 성인 남자 둘이 간신히 쓸 수 있을 사이즈였다. 어차피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만 쓰면 되니 괜찮겠지.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던 다이무스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목도했다. 토마스 스티븐슨이 컴퓨터부터 시작해서 티포트까지 모든것을 궁금해하는 기색이길래 호기심이 많은 타입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부담스럽게 반짝이는 저 눈은 무엇이란말인가? 세로로 쭉 찢어졌던 동공이 완전한 구형을 그리는 것도 모자라 온 몸으로 호기심을 드러내는 모습에 다이무스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이무스는 일단 우산을 접었다. 그러자 토마스의 시선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이무스는 눅눅한 우산을 들어올렸다. 토마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이무스는 식은땀이 흐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황했다.
그날 집에 도착하기 전에 들른 우산전문점에서 토마스는 파르스름한 장우산을 하나 선물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시도때도없이 우산을 접었다폈다를 반복하며 혹사시킨 새 주인의 만행 끝에 우산은 유명을 달리했다. 토마스는 우산을 안고 꺼이꺼이 울었다. 다이무스는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우산의 명복을 빌었다. 제법 오래 버텼지. 소리를 차단하는 비술까지 써가며 우산을 가지고 놀던 토마스를 보아왔던 보호자로서 어찌보면 당연한 감상이었다
자동문이랑 엘리베이터보고 신기해하는 토마스도 쓰고싶었지만 시간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베이터에서 안내목소리에 고맙습니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토마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