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토마] 모든 개는 천국에 간다 -11-
+ 능력반전 설정 다톰(토마스 : 근력강화능력자, 근캐 / 다이무스 : 빙결능력자, 원캐)
+ 예약포스팅은 이러케 하면 되나 ㅇㅅ;ㅇ 일단 시간이 없어서 여기까지ㅠㅠㅠㅠㅠㅠㅠㅠ사실은 쫌 더 쓰고싶었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요!”
토마스는 볼이 잔뜩 부어 투덜거렸다.
“아침에 깨우러 갔더니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오늘은 호위 안해줘도 된대요! 그래서 저는 휴가라도 얻었나 했거든요? 휴가는 무슨. 임무가 있는데 거기에 저는 따라가면 안된다는거에요!”
“……놀랐겠군.”
카인은 어색하게 동조하며 안주접시를 토마스 쪽으로 밀어주었다. 매콤하게 양념이 된 안주를 입에 넣고 무서운 기세로 씹던 토마스는 목이 타는지 무알콜 음료수를 단숨에 비웠다.
“놀라기만 해요? 저는 보디가드라구요! ”
“극비임무라면 최측근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지. 임무에 대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를 고려하면…….”
아차. 카인은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토마스의 표정은 이미 하늘이 무너졌다는 최신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을 방불케하고 있었다. 빛이 사라진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울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펍을 울렸다. 펍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카인에게 쏠렸다. 카인은 눈총 세례 속에서 진땀을 흘리며 토마스를 달랬다. 애인을 사귈 때 조차 거의 해본 적 없는 일이니만큼 달래는 솜씨는 서툴기 짝이 없었다.
포트레너드에서 몇 번 마주친 것이 전부였지만 카인은 토마스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레나를 찾아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이니만큼 카인은 개인적인 정보망을 24시간으로 가동하고 있었다. 토마스와 다이무스의 출현은 빅뉴스였던 만큼 조금만 신경을 쓰자 어지간한 정보들은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몇 번 마주친 소년은 프로필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소년. 평소였다면 흘끗 보고 지나쳤겠지만 언제나 기운차게 돌아다니던 소년이 잔뜩 우울한 얼굴로 벤치에 쭈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카인의 양심을 쿡쿡 찔렀다. 그래서였다. 소년과 통성명을 하고 아직 식전이라는 말에 잘 아는 음식점에 데려온 것은.
카인은 맥주를 한 모금 넘겼다. 오늘따라 술맛이 썼다. 울음을 그쳤으면 무얼 하나. 풀이 죽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토마스는 그냥 보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다 역시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카인은 말을 하기보다 침묵을 지키는 부류였지만 초조함은 카인이 자신의 기호를 무시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말재주가 없으니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두서없이 말을 꺼내던 카인의 시선이 나무 테이블의 무늬에 고정되었다. 카인은 무심코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레나. 어디에 있더라도 카인의 마음은 그녀를 향해 흐른다. 토마스는 넋두리처럼 사라진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카인을 바라보았다. 반쯤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카인이 묘사하는 여자는 그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 것 같았다. 카인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며 경청하던 토마스는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리우스요?!”
카인은 입에 묻은 맥주거품을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는 많이 불안해했다. 나는 가게 주인이나 불량배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으드득. 어금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것은 납치였다. 그들이 레나를 납치해 안타리우스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후회는 다시금 카인을 집어삼켰다.
“레나…….”
비통함과 뒤섞여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충격적이었다. 다이무스의 설명과는 말이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토마스는 다이무스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이무스는 진심으로 안타리우스를 경멸하는 기색이었다. 그렇다면……다이무스 역시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고思考로써 충격을 구축하던 와중, 토마스는 불현 듯 고개를 들었다. 직감이라는 단어로밖에 묘사할 수 없는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카인의 어깨를 흔들었다.
“카인씨! 군인이었다고 하셨죠?”
“그렇다만.”
“그럼 무기같은거 가지고 계세요?”
토마스의 다급한 질문에 카인은 침묵했다. 그러나 토마스는 술기운이 가신 그의 눈빛에서 답이 긍정임을 깨닫고 말을 이었다.
“저쪽으로……. 아니, 저쪽 말고 리버포드 쪽으로 가주세요!”
“급한 일인가?”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운터로 달려가 반쯤 남기다시피 한 식사의 대금을 지불한 토마스는 그대로 가게 밖으로 달려나갔다. 서둘러 토마스의 뒤를 따라 나온 카인은 도움닫기로 천막 기둥 위로 올라가 건물 벽을 타고, 옥상 위를 달려나가는 토마스를 보며 아연함을 감추지 못했다. 토마스가 향하는 곳은 디미스트 방향이었다. 불길함이 카인의 발목을 얽어맸다.
*
농밀한 안개는 기체가 아닌 액체처럼 흘렀다. 손을 흔들어 안개를 휘젓자 희뿌연 색조가 짙어지다 흐려지길 반복했다. 제키엘은 후드 아래에서 웃음지었다. 그의 뒤로 수십개의 사람 그림자가 늘어서 있었다. 실험체에게는 과분한 마중이지만 상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강화인간들을 이끌고 안개속을 걷던 제키엘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푸르스름한 머리카락과 앳된 얼굴. 보고서에서 보았던 소년이 나무둥치에 걸터앉아 제키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네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토마스 스티븐슨.”
“저를 알아요?”
제키엘은 무의미한 질문을 무시하고 통보했다.
“비켜라. 지금 도망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제키엘의 경고에도 토마스는 나무둥치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 뿐이었다.
“……안타리우스. 맞죠?”
쯧. 정체를 알고 있다면 살려둘 수 없지. 제키엘은 보일 듯 말 듯 고갯짓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던 강화인간들 중 하나가 안개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였다.
인공적으로 강화된 각력이 토마스의 뒤통수를 노리고 바람을 갈랐다. 빠악!! 적적하던 안개 속으로 무시무시한 충돌음이 울렸다. 소년의 손바닥과 강화인간의 발목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토마스는 그대로 강화인간을 바닥에 매다꽂고 뒷목을 내리쳤다. 강화인간의 몸이 축 늘어졌다.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강화인간을 바로눕힌뒤 제키엘을 바라보았다.
제키엘은 보고서를 떠올렸다. 그것에 적힌 정보들은 엉터리에 잘못된 정보 투성이였다. 제키엘은 오른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리고, 앞으로 뻗었다.
강화인간 무리의 절반이 파도처럼 토마스를 향해 쇄도했다.
위험요소는 이 자리에서 말살하고 간다. 남은 인원으로도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토마스는 최소한의 부상만으로 강화인간을 기절시키는데 집중했다. 그 덕분에 몸을 사리지 않고 토마스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강화인간들의 태도에 비해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성한 곳이 점점 줄어들고 피로가 쌓인 근육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눈빛만큼은 짙은 안개 속에서도 또렷하게 반짝였다. 소년의 뒤로 기절한 강화인간들이 무리지어 쓰러져 있었다.
제키엘이 나선 것은 임무를 위해 데려온 강화인간들 중 마지막 인원이 쓰러진 직후였다. 토마스는 쇠갈고리가 돋아난 제키엘의 팔을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토마스의 신발이 흙을 파고들며 주르륵 뒤로 밀렸다.
“무엄한 것. 그러나 배교자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것 또한 나의 의무이겠지.”
“배교자가,”
토마스는 제키엘의 팔을 뿌리치듯이 튕겨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도움닫기를 하며 파고들어 복부를 들이받았다. 요령이라곤 하나도 없는 싸움방식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테라듀 가시를 뽑아내 그대로 토마스를 꿰어버리려던 제키엘은 상상 이상의 충격에 찰나간 백야를 보았다. 뻗어나오던 도중 멈춰버린 테라듀 가시들이 피부를 엉망진창으로 긁었지만 토마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절대로 못 비켜요!!”
토마스는 어깻죽지를 더듬어 살을 파고든 금속 가시 하나를 뽑아냈다. 뜨끔한 통증이 퍼졌지만 참을만 했다. ……참아야만 했다. 토마스는 제키엘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이 제키엘의 약을 바짝 올렸다. 손속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토마스는 거친 바닥에 머리가 처박혔고, 명치를 맞아 잠시 숨을 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어코 일어나 제키엘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상황은 제키엘에게 유리했다. 안타리우스의 기술이 결집된 제키엘에 비해 토마스는 이미 강화인간들의 싸움으로 인해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뒤였다. 제키엘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토마스의 머리를 테라듀가 돋아난 손으로 움켜쥐어 강제로 일으켜세웠다. 토마스의 신장을 넘는 높이에 발이 허공에서 떠올라 만신창이인 몸뚱이가 대롱대롱 흔들렸다. 이대로 머리를 터뜨려주지. 제키엘은 조금씩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제키엘님! 급보입니다! 침입자입니다!]
제키엘이 소지하고 있던 통신기가 다급하게 울었다. 루사노와 연결된 통신기였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소식에 제키엘이 멈칫하는 사이, 토마스가 움직였다. 하복부를 걷어차고 움켜쥐고 버티던 손목을 비틀자 제키엘의 손아귀 힘이 느슨해졌다. 토마스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자마자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제키엘은 손목을 움켜쥐곤 이를 갈았다. 토마스는 살기어린 눈빛을 웃음으로 대응했다.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나온 피가 입술까지 적셔 괴상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살인멸구보다 귀환이 시급해졌다. 제키엘은 토마스의 사각으로 뛰어들었지만 토마스는 온몸으로 제키엘에게 부딪쳤다. 둘은 서로의 손목을 움켜쥔 채 이끼 낀 흙바닥을 뒹굴었다. 토마스가 제키엘의 허리에 올라탔다.
“놔라.”
“안돼요.”
“정녕코 죽고싶나?”
“죽지도 않을거고, 죽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을거예요.”
토마스는 기도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제키엘의 손목을 잡고 있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새파란 눈동자가 결연하게 반짝였다. 제키엘은 분노 섞인 포효를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