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령토마] 로 하랑이가 쪼잔한 연성
+ 모바일은 글접기가 없는거같은데....... 그치만 지금 내가 넘나 피곤하니 모바일로 써야지....
토마스에게는 동물령들이 자주 꼬였다. 이게 다 그 성격 때문이었다. 유기견에게 빵 한입, 길고양이에게 사료 한줌, 여우에게도 고깃조각을 나눠주는것도 모자라서 빵가루들을 비둘기나 참새 따위를 위해 남겨두기까지 하는 성미이다보니 힘겹게 살다 죽음을 맞이한 짐승들이 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갚겠답시고 꾸역꾸역 토마스를 찾아오는 것이다. 어차피 보은 외에는 원한 진 것도 없을 것이 동물령이다보니 그냥 저 하고싶은대로 내버려두면 제 바람대로 은원을 갚고 사라지기 때문에 내버려두어도 괜찮겠지만, 문제는 그 머릿수였다. 하랑이 토마스를 처음 보았을 때 저와 비슷한 계열의 능력자로 착각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하랑은 토마스의 주변을 배회하는 고양이령에게 멋도 모르고 달려들었던 붉은 개가 도사견같은 큰 개 영혼에게 쫓겨나고 토마스의 어깨에 앉아있던 참새령에게 코를 쪼이는 것을 보고 울컥하기까지 했다. 우리집 멍멍이가 아무리 느려터지고 멍청해도 그걸 꼬집고 괴롭힐 수 있는건 나 뿐인 것이 모든 못된 주인의 심리 아니겠는가. 그러나 하랑에게 느닷없이 시비가 걸린 토마스는 조금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제야 하랑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하랑은 주기적으로 토마스의 주변에 달라붙은 동물령들을 성불시키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아직 은혜를 갚지 못했다며 서러운 눈을 했지만 하랑은 시치미를 뚝 때고 눈에 힘을 주었다.
'너희들이 계속 그렇게 들러붙어있으면 저 인간이 앓아누울거다.'
부적까지 갈것도 없이 이 한마디면 끝이었다. 토마스가 피곤해하며 어깨를 주무르곤 하던 것을 내내 보아왔던 동물령들은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저승차사들을 따라갔다. 동물원인줄. 하랑은 예전에 마틴과 함께 다녀왔던 장소를 떠올렸다. 비록 우리에 갇혀있다고는 하지만 하랑은 다종다양한 동물들을 이끌고 명계로 향하는 차사의 모습에서 동물원을 떠올렸다. 차사가 하랑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더라면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사실, 토마스에게는 이런 식의 제령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랑이 영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동물령들을 끌어들였을 토마스가 지금까지 무사했던 이유는 바로.....
하랑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누가 도착했는지 눈치챘다. 붉은개들이 긴장하고 신호가 기이하게 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는 상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티엔씨!"
가게가 한가한 사이 하랑과 노닥거리던 토마스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번 보는 광경이지만, 정말로 어마어마한 기운이다. 박수무당이라도 했다면 바리공주, 아니 대무신제라도 모셨을 것 같은 위인이 바로 티엔 정이었다. (하랑은 바리공주께서 아무리 급하더라도 저런 무뚝뚝한 사내를 택하지는 않으리라 믿었다. 게다가 저런 인상은 딱 대무신제의 취향 아니던가) 하랑이 부루퉁해 있는 사이 토마스는 티엔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저런 면에서는 토마스도 참 대단했다. 기감이 예민한 사람은 기가 눌려서 다가가지 못하고, 성격이 민감한 사람은 무뚝뚝한 태도에 질려 금새 자리를 떠 버리게 하는 사람이 티엔 정 아니던가. 하랑이 영국에 갓 도착했을때만 해도 토마스와 말을 섞을때는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는 수준에서 말을 맺던 이가 이제는 어색하게나마 제법 말을 길게 하고 있었다. 하랑은 무쇠덩어리같은 인간을 저렇게까지 길들여놓은 토마스의 수완에 혀를 내두르며, 동시에 은근슬쩍 티엔을 노려보았다. 토마스가 고개를 돌린 사이, 티엔 역시 하랑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두 사제 사이의 눈싸움이 치열하다.
그 둘은 서로가 이 장소에 있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