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토마] 마퍄 히카와 냥토미로 다시 연성!
+좀 자세하게 다시 서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히카가 첫만남부터 얼마나 콩깍지가 씌였던건지에 중점을 두고 다시 써봄(코쓱
바닥을 흐르는 빗물 위로 가로등 불빛이 멍울졌다. 폐부를 후비던 통증은 어느새 서늘한 둔통으로 바뀌었다. 이 이상 손을 쓰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다. 그러나 히카르도는 일어나기는커녕 고개를 돌리는 것 조차 귀찮았다. 이 역시 위험징조였다. 지나치게 많이 피를 흘린 탓이다. 담벼락 아래를 흐르는 빗물은 언뜻 붉게 번득였다. 삶의 의욕도 피와 함께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너무나 지쳐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히카르도는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저항해야 할 이유 역시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빗물에 젖어 볼품없이 꼬질꼬질한 것은 벌벌 떨면서도 히카르도의 허벅지에 앞발-손?-을 올려 체중을 실었다. 그것은 빗줄기에 얻어맞을 때 마다 뾰족한 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히카르도는 무거운 눈꺼풀을 닫았다. 조그만 짐승은 몇 번 발을 헛디디면서도 기어코 히카르도의 품으로 들어와 옷 속에 자리잡았다. 그렇게 웅크린 짐승은 어이가 없을 만큼 작았는데도 간헐적으로 몸을 떨 때 마다 히카르도의 몸까지 함께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히카르도는 언뜻 눈을 뜨고 무거운 손을 들어 옷 너머로 그것을 감쌌다. 그러나 작은 몸뚱이의 떨림은 좀처럼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너는 살고 싶어 하는구나.
빗물에 젖어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 한숨을 토했다.
담벼락에 기대앉아있던 남자가 일어났다. 꽤 큰 키 때문에 빗물 위로 넓게 그림자가 번졌다.
거처로 돌아온 히카르도는 옆구리에 짐승을 끼고 한 손으로 대충 상처 처치를 끝냈다.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채우면서도 그 새를 못참아 벌벌 떠는 짐승을 담그고 땟구정물 흐르는 옷을 벗겨냈다. 그러고 보니 옷뭉치에 끼어있던 낡은 플라스틱 목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히카르도는 목걸이를 뜯다시피 벗겨내 납작한 이름표를 들여답았다. 여기저기가 찌그러진데다가 때까지 탄 이름표에는 Thomas라는 이름만 서툰 필체로 적혀있었다. 주인이 있던 놈인가. 어차피 주인이 찾는다고 돌려줄 생각도 없었다. 히카르도는 전주인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한다던데 이건 왜 이렇게 얌전하지. 히카르도는 희미한 불안감을 누르며 계속 따뜻한 물로 씻기길 반복했다. 물은 금새 더러워졌지만 히카르도는 몇 번이나 새 물을 받아가며 씻겼다. 도중에 정신이 든 토마스가 더러운 물을 먹지 못하게 하고 대신 따뜻하고 깨끗한 물을 먹이며 그제야 먹을 것에 생각이 닿았다. 히카르도는 거처에서 식사를 챙겨먹는 성미가 아니었다. 술은 몇병 쯤 있지만 수인獸人에게, 그것도 며칠을 굶은 수인에게 술을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히카르도는 토마슬ㄹ 수건으로 둘둘 감싸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나마 몇 알의 호두와 뜯지도 않은 참치캔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일단 찬것보다는 따뜻한게 낫겠지. 히카르도는 참치캔 하나를 통째로 그릇에 덜어 전자렌지에 돌렸다. 그나마도 김이 올라오는걸 보고 혀가 데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 캔참치의 속과 겉을 뒤섞어 온도를 조절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토마스가 수건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앵알거리며 보채는 바람에 히카르도는 오래간만에 초조함을 맛보기까지 했다. 히카르도가 손으로 떠주던 참치를 날름날름 받아먹던 토마스는 성에 차지 않는지 떼를 써서 기어코 접시에 코를 박았다. 접시에 묻은 기름기까지 싹싹 핥아먹고도 토마스는 좀 더 먹고 싶다는 눈치로 히카르도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방법이 없었다. 히카르도는 결국 단단한 껍질이 그대로 남아있는 호두알들을 손아귀에서 부숴 속살을 빼내 하나하나 토마스에게 먹였다. 굶은 짐승의 식욕은 대단했다. 토마스는 마지막 호두알까지 모두 먹은 뒤에야 졸린 기색으로 눈을 비볐다. 조막만한 얼굴은 호두조각과 참치기름으로 엉망진창이었다. 히카르도는 어색한 손길로 토마스의 입가를 닦아주고 이불을 바닥에 깔아 대충 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침대에 올렸다가는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든 탓이었다.
히카르도는 토마스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수하들에게 조직 소속 의사를 데리고 거처로 오라며 연락을 넣었다. 수하들은 한참 찾고 있었다며 전화 너머로 꺼이꺼이 울다가 연락을 끊었다. 곧이어 수하 넷과 의사 하나가 왕진가방부터 잡다한 의료도구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히카르도는 의사가 대충 감아둔-그 탓에 다시 피에 젖어버린 붕대를 잘라내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히카르도는 수인을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값이 비싸기도 하고 마피아들 사이에서는 애완용 수인보다는 보디가드로 쓸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는 수인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그나마도 이런저런 단점이 있어 특이 취향의 소유자들이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사람을 고용하는 식이었다. 히카르도 역시 토마스를 보자마자 라이벌 마피아 갓 파더가 보디가드 겸 키우는 수인을 떠올렸다. 큰 키와 단단한 체구, 그리고 야성과 이성이 뒤섞인 눈빛. 그 수인은 입마개를 차고 있는 이유를 모를 만큼 차분했다. 카포라지메로서 그런 보기 좋은 수인 하나를 끌고 다니는 것도 괜찮을테지만 히카르도는 토마스가 그렇게 크게 자랄 수나 있을까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지쳤다지만 아무렇지 않게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낯선 장소에서 자는 것은 호위와는 어울리지 않기도 했다. 뭐, 자라지 않는다면 그대로 키워도 괜찮지. 히카르도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수인들은 뭘 먹지?”
“네?”
환부를 꿰매던 의사가 고개를 들었다. 수하들 역시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더니 지나가던 말로 들었던 지식들을 더듬더듬 쏟아냈다. 두서없는 음식 리스트들을 들으며 히카르도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내일 마트나 동물병원에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