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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는 블로그 사이퍼즈 / 토마스 스티븐슨 오른쪽 중심 케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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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키엘은 기분이 나빴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쉬이 기분이 나빠지곤 했기에 메이라면 아예 무시를 했을테고 릭이라면 또 저런다며 하하 웃고 넘어갔으며 벨져는 칼같이 쳐냈을테지만 토마스는 언제나 제키엘을 달래줬다. 그러니 토마스만은 이래서는 안된다. 제키엘은 기분나빠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토마스가 저까짓 편물을 놓고 있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번 소파 앞을 맴돌던 제키엘은 토마스의 곁에 소리가 나도록 털썩 앉았다. 그리고 팔과 허벅지 사이, 배와 편물 사이에 꾸물꾸물 머리를 밀어넣고 누웠다. 따스한 체향이 제키엘의 심기를 달랬다.


"심심해요?"


제키엘은 입술만 비죽이다가 한뼘 가량 떠진 목도리를 잡아당겼다.


"이걸 다 풀어버리고싶은데."


마침 한줄이 다 마무리되었다. 토마스는 뜨개질 바늘에 꿰인 목도리를 가지런히 펴고 코가 빠진 곳은 없는지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제키엘씨 드릴 목도리인데 그건 좀 곤란하죠."


목도리를 잡아당기던 손길이 멈췄다. 제키엘은 골똘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손을 놓고 돌아누웠다.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


토마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제키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색은 괜찮아요?"



대답은 없었다. 토마스는 긍정의 의미로 이해했다.



"무늬도 넣어봐. 스웨터무늬 같은거."
"그건 아직 못배웠어요. 어렵더라구요."
"......."
"무늬가 적으면 싫어요?"


제키엘은 토마스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그럼 선물해줘도 안하고 다닐거에요?"
".......흥,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써주지."



결코 고운 말씨는 아니었지만 토마스는 말해놓고도 제키엘 본인이 더 당황하고 있음을 예민하게 눈치챘다. 이제 또 내일쯤이면 미안해서 꽃다발에 케이크까지 떠넘길테고 목도리를 선물받으면 망가질까봐 조심하면서도 매일 두르고 다닐 터다. 토마스는 이제 제키엘 헌팅턴이라는 남자에 대해 제키엘의 예상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았다.



토마스는 제키엘의 누나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이 남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귀엽다고 했을 때 그녀의 눈빛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토마스는 진심이었다. 이 남자의 귀여움을 아는 사람이 토마스 하나뿐이라는건 몇번을 생각해도 참 다행이었다.

Posted by 케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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