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기가 차다. 다이무스는 문을 잠근 뒤 문고리를 다시 한 번 비틀었다. 확실하게 잠겨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이무스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사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 할 필요가 없으니 집안에서 만큼은 있는 힘껏 풀어지는 사람과 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니 철두철미하고 꼼꼼해지는 사람. 다이무스는 후자였다. 본래도 성실하기 짝이 없던 그는 이혼을 겪은 이후로 아내였던 사람을 만나기 전보다 더욱 철저하게 자신의 행동거지를 옭아맸다. 피로감은 함박눈처럼 쌓였으나 다이무스에게는 자각이 없었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는 금새 도착했다. 1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는 것을 보는 사이에 짜랑짜랑한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잠깐, 잠깐만요!!"
다이무스는 반사적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벌렸다. 엘리베이터의 자동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사람그림자 하나가 달려들어왔다. 남학생이었다. 다이무스는 잠시 기억을 더듬은 뒤에야 그 교복이 근처 고등학교의 교복임을 깨달았다. 남학생은 지퍼도 제대로 닫히지 않은 가방을 품에 안고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남학생은 다이무스를 향해 활짝 웃었다. 뺨은 아직도 발갛게 달아올라있고 안경도 비뚤어져서 김이 서릴 지경이었다. 기운이 넘치는군. 다이무스는 속생각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이곤 엘리베이터 문과 가까운 방향으로 섰다. 그 뒤로는 침묵만 이어졌다. 1층에 도달할 때 까지 새로 타는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다이무스는 뒷편에서 남학생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아주 잘 들을 수 있었다. 띵. 가벼운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저기요!"
뒤를 돌아보는 다이무스에게 남학생이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다. 이거 드세요. 다이무스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따끈따끈한 두유병이었다. 설마 엘리베이터를 잡아줬다고 준걸까. 다시 돌려주려고 했지만 남학생은 다이무스를 지나쳐 냅다 달려가버렸다. 순식간에 혼자가 된 다이무스는 두유병을 내려다보다가 서류가방에 넣었다.
출근한 다이무스는 책상을 정리한 뒤에야 두유병을 꺼냈다. 병은 아직도 미지근하게나마 온기가 남아있었다. 비닐포장이 뜯겨나가고 뽕, 하는 소리와 함께 병뚜껑이 열렸다. 다이무스는 두유를 한모금 마셨다. 뱃속부터 따스하게 덥혀지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이무스는 두유 한 병을 모두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