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가 손을 뻗었다. 루드빅은 토마스가 하는 짓을 지켜보기만 했다. '착한' 토마스의 손길에 살의는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다. 만에 하나 토마스가 루드빅을 해치려고 하더라도 루드빅은 긁힌 자국 하나 생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므로 루드빅은 토마스를 경계하지 않는다. 걸음마를 하는 어린애조차 피해가지 못한 루드빅의 적대감이 토마스만은 비껴나간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루드빅은 일부러 생각하길 피했다.
아니나다를까 토마스는 루드빅의 어깨에 손을 댈듯 말듯 망설이더니 손을 거두고 그 대신 얼굴을 가까이했다. 루드빅은 토마스가 그의 어깻죽지에 코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쉬는 것을 방관했다.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 따위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토마스는 루드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루드빅씨한테는 정말 아무런 냄새도 안나네요?"
포식자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체취가 강한 종과 체취가 없다시피 한 종. 전자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사냥감을 겁에 질리게 한 뒤 배를 채우며 후자는 그림자 속에 숨어 무방비한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루드빅은 후자였다. 루드빅이 독특한 담배향을 풍기더라도 사냥하지 못할 사냥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루드빅은 완벽함과 스릴-정확히는 목덜미를 물린 후에야 경악하는 사냥감들의 발버둥을 즐기는 쪽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요. 어차피 살을 섞으면 당신과 똑같은 냄새가 날텐데."
토마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성인이라고는 하나 루드빅의 기준으로는 마음가짐이 권선징악 동화책처럼 유치찬란하기 이를데 없는 그는 이런 식의 농담에 취약했다. 루드빅 와일드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약점은 감춰줄 대상이 아닌 속속들이 알아내 이용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토마스에게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다 이런 약점을 사정없이 쥐고 흔들었다. 토마스는 당황하고, 난처해하고, 창피해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반박 한 마디 하지 못했다. 루드빅은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 처럼 토마스의 손목을 잡고 침대 쪽으로 잡아당겼다. 히이익! 토마스는 얼굴이 더없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루드빅의 손을 뿌리쳤다. 루드빅은 놓친 시늉을 하며 가느다란 손목을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