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토마] 미녀와 야수au 썰 백업 (미완성)
+ 백업용. 천천히 수정하고 추가할 예정
피아니스트 지망생 토마스는 꼬박 일주일에 걸쳐서 간신히 항구도시에 도착했음. 몇십년에 걸쳐 인근 영지를 모조리 흡수하면서 성장한 항구도시는 토마스가 태어난 소도시와는 비교하는것도 민망할 만큼 컸음. 그리고 정오 즈음에 도시에 도착했던 토마스는 땅거미가 내릴 무렵에 모든 짐을 빼앗기고 불법으로 개조한 창고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음. 닳고 닳은 항구도시의 상인들에게 세상물정 모르고 음악만 공부한 토마스는 좋은 먹잇감이었음.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를 배경으로 밧줄에 손발이 묶여 울고 있던 토마스는 문 너머에서 불콰하게 취한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음. 남자들은 토마스의 손과 혀를 망가뜨린 다음 노예로 팔자고 하고 있었음. 정신이 번쩍 들었음.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음. 토마스에게는 다행히도 남자들은 토마스가 보여준 어리숙한 모습 때문에 토마스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음. 그 사이에 토마스는 밧줄을 물어뜯고 창고 안의 잡동사니를 긁어모아 2층 높이에 뚫려있는 낡은 창문 아래 쌓았음. 바깥에 남자들이 버티고 있는 유일한 문을 제외하면 저 창문이 유일한 탈출구였음. 토마스는 간신히 잡동사니의 동산을 기어올라가서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음. 흠뻑 젖은 진흙과 쓰레기들이 토마스를 받아냈음. 토마스는 추락하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간신히 벌떡 일어났음. 그리고 폭우 속에서도 뚜렷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성을 향해 달렸음. 토마스를 납치한 남자들은 토마스가 ‘검은 성의 주인’이 구매한 그림을 망가뜨렸으므로 정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음. 그림의 가격은 천문학적이었고 토마스에게는 그럴 돈이 없었음. 그러니까 당사자한테 직접 가서 사과하자! 토마스는 그 일념으로 성을 둘러싼 숲 속으로 들어갔음.
남자들은 어렵지 않게 토마스의 흔적을 찾아냈음.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의 흔적을 따라잡는 일은 산책처럼 쉬운 일이었지만 남자들은 더 이상 토마스의 뒤를 추적할 수 없었음.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울창하게 자라난 숲은 비바람 속에서 새카맣게 출렁이고 있었음. 항구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숲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음. 하다못해 아이들조차 숲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정도였음. 그토록 숲은 불길함의 상징이었음. 애송이는 좋은 봉이지만 목숨과 바꿀 가치는 없었음. 남자들은 미련없이 돌아갔음.
히카르도는 그날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음. 슬슬 이번 진통제도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음. 죽지도 못하고 썩어가는 몸뚱이는 다방면으로 히카르도를 괴롭히고 있었음. 히카르도ᅟᅳᆫ 고용인을 불러 유리컵과 얼음을 주문하고 진열장에서 양주 한 병을 골라냈음. 가볍게 잔을 기울이던 히카르도는 성문쪽이 소란스럽다는걸 눈치챘음. 혼자 있다가 또 기분이 가라앉는 것 보다 다른 것에 신경쓰는게 더 나을 것 같았음. 히카르도는 고용인들에게 명령했음. 곧이어 빗물에 푹 절어 낙엾과 진흙따위로 엉망진창이 된 소년 하나가 끌려왔음. 자세히 보니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음. 히카르도는 자추지종을 추궁했음. 소년은 훌쩍거리며 열심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음. 히카르도가 정리한 바로는 이 소년은 어리숙하고 무지한 피해자였음. 이 정도로 쉽게 속다니, 관광객을 위한 팜플렛 경고문에 실제 사례로 실어도 될 정도였다.
“내가 직접 너를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했나?”
그렇지 않아도 비 때문에 하얗게 핏기가 가셔있던 소년의 얼굴이 숫제 파랗게 질렸음.
“미성년자가 혼자 돌아다녔다길래 배짱이 있는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보군.”
“저, 저는 성인입니다!”
뭐? 그 얼굴로? 히카르도는 토마스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픽 웃었음.
“그렇다면 더더욱 거리낄 것 없이 팔아치울 수 있겠군.”
토마스는 숫제 기절할 기세였음. 말 몇마디로 가지고 논 것 뿐인데 약간 기분이 좋아졌음. 히카르도는 남은 술을 단숨에 비우고 토마스에게 다가갔음.
“팔려가기 싫다면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빗물로 얼룩덜룩해진 안경 너머의 새파란 눈동자가 동그래졌음.
“나를 사랑하는데 성공한다면 빚은 변제해주지. 아니, 원한다면 네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할 때 까지 후원을 해 줄 수도 있는데.”
“...네?”
토마스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눈치였음. 히카르도는 토마스의 눈앞에서 장갑을 벗었음. 주문제작한 새카만 가죽장갑이 벗겨지자 보랏빛으로 변색된 손이 드러났음. 히카르도는 그에 그치지 않고 소매를 걷어부쳤음. 보랏빛은 팔뚝까지 번져있었음. 게다가 실내등의 불빛 아래서 변색된 피부의 곳곳이 금속이나 곤충의 갑각처럼 번들거리며 빛을 반사하고 있었음. 토마스는 입을 떡 벌렸음.
“이건, 저기,”
“저주다.”
히카르도는 말허리를 잘랐음.
저주. 증기기관차가 철로를 달리고 인쇄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책을 가질 수 있게 된 이 시기에, 항구도시를 다스리는 남자가 저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음. 그러나 히카르도를 괴롭히는 것은 분명 저주였음. 세상 어느 질병이 죽음의 자유를 빼앗고 몸뚱이를 천천히 썩힐 수 있을까. 히카르도는 이미 한 세기 이상을 살았음. 저주를 건 사람은 그의 악우였던 마법사였음. 그는 죽어가면서도 히카르도를 비웃기만 할 뿐 저주를 풀어주지 않았음. 그 뒤로 히카르도는 몇 번이나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저주를 풀기 위한 방법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음. 항구도시에 자리잡고 도시를 번영시킨 것 역시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였음. 마법사가 가르쳐 준 해주법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음. 누군가에게는 약간 어려운 수준일지도 모를 해주법이 히카르도에게는 바다를 가르고 도시를 무너뜨리는 것 보다 어려웠음.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아봐. 히카르도. 그러면 저주가 풀릴거야.
죽지 않는 몸뚱이에 자리잡은 벌레들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몸뚱이를 잠식하고 있었음. 저주의 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발작의 주기 역시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음. 히카르도는 간절하게 안식을 바라고 있었지만 토마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음. 이제 와서 사랑을 받을 노력을 하기에는 히카르도는 너무지쳐있었음. 다만 당분간 지루함과 고단함을 잊을 수 있을 만큼만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됐음. 히카르도의 기대치는 그 정도였음.
토마스는 크게 충격을 받은 것처럼 히카르ㅗ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이대로 두면 감기라도 걸릴 것 같군. 씻겨라.”
“으악!”
고용인들은 흠뻑 젖은 토마스를 훌쩍 들쳐업고 나갔음. 히카르도는 고용인들에게 토마스를깔끔하게 씻기자마자 침실로 끌고 오라며 귀띔했음. 덕분에 뽀송뽀송따끈따끈해진 토마스는 침대에 눕기도 전에 기절할 뻔 했음.
“앞으로 여기서 자라.”
“네?!”
“나를 사랑하기로 하지 않았나? 이정도도 못하면 곤란한데.”
토마스는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음.
(중략. 토마스 옆에서 곯아떨어지는 히카.)
토마스는 슬며시 히카르도의 손등을 다독였음. 규칙적인 숨소리를 듣다보니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음. 하긴, 오늘 하루만큼 고단한 날도 없었음. 어느새 토마스도 정신없이 곯아떨어졌음.
다음날 깨어난 히카르도는 시계바늘이 9시를 넘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어이가 없었음. 간신히 잠들어도 해가 뜰 무렵이면 잠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늦잠을 잔 것도 몇십년 만인지 몇 년 만인지 알 수가 없었음. 침대에 앉아 정신을 수습하던 히카르도ᅟᅳᆫ 옆에서 달게 자고 있는 토마스의 뒷덜미를 콱 잡고 그대로 벌떡 일으켜 앉혔음.
“헉, 으악!”
토마스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지만 히카르도의 팔 힘 덕분에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음. 그래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지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음. 토마스와 히카르도의 시선이 마주쳤음. 토마스는 안경이 없는 탓이 눈을 가늘게 뜨고 히카르도를 바라보았음. 히카르도는 협탁에 올려진 안경을 토마스에게 내밀었음.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경을 쓴 토마스는 히카르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엉덩이걸음으로 물러났음.
“나를 사랑해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중략)
“유혹하는게 서투른데. 설마 연애경험이 없나.”
“그건 아니구요, 제가 고백해 본 적이 없어서 좀 쑥스럽고 그러네요.”
연애경험이 없는건 아니라 이거지. 히카르도는 약간 기분이 상했음.
(중략2)
토마스는 히카르도가 왜 깊게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음. 히카르도는 잠들 때마다 꼭 한번 이상을 악몽을 꾸는 사람처럼 신음하곤 했음. 그럴 때 마다 토마스는 히카르도의 머리를 안고 숨소리가 차분해 질 때 까지 등을 다독여주곤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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